등기부등본(정식 명칭 등기사항전부증명서)은 ‘이 집이 누구 것이고, 빚은 얼마나 잡혀 있는가’를 국가가 공식으로 적어 둔 종이 한 장입니다. 전세든 매매든, 도장을 찍기 전에 이 한 장만 제대로 읽어도 큰 사고는 대부분 피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표제부 · 갑구 · 을구 세 칸으로 나눠, 어느 칸에서 무엇을 봐야 하는지를 칸칸이 짚는 ‘읽는 법’입니다. 특히 내 보증금보다 앞서는 빚이 있는지(선순위 판독)와,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으로 실제 대출을 가늠하는 법을 세종 신도심 예시와 함께 봅니다. (등기·근저당 제도는 정부·법원 정책에 따라 바뀔 수 있으며, 본문 수치는 2026년 6월 기준의 개념 이해용 예시입니다. 보증금이 법적으로 어떤 효력으로 지켜지는지(대항력·우선변제권)와 전용면적의 평 환산은 별도 가이드에서 따로 다룹니다.)
먼저, 등기부등본을 직접 떼어 본다
등기부등본은 집주인만 뗄 수 있는 서류가 아닙니다. 집 주소만 알면 누구나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소액의 수수료로 열람하거나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공인중개사가 보여 주는 것만 믿지 말고, 계약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한 번, 그리고 잔금을 치르는 날 다시 한 번 직접 떼어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계약과 잔금 사이에 새로운 빚이 생기는 경우를 잡아내기 위해서입니다.
뗄 때 종류를 헷갈리기 쉬운데, 아파트·오피스텔처럼 한 건물에 여러 세대가 있는 집은 ‘집합건물’ 등기를 봐야 합니다. 토지나 일반 건물 등기를 따로 떼면 정작 내가 들어갈 세대의 권리관계가 안 보일 수 있습니다. 세종 신도심 아파트라면 거의 모두 집합건물 등기로 조회하면 됩니다.
세 칸으로 나눠 본다 — 표제부·갑구·을구
등기사항전부증명서는 길어 보여도 구조는 단순합니다. 위에서부터 표제부(어떤 집인가), 갑구(누구의 집인가), 을구(빚이 있는가) 세 칸으로 나뉩니다. 이 셋을 각각 다른 질문으로 읽으면, 복잡해 보이던 문서가 한눈에 정리됩니다.
적히는 것 소재지(주소)·건물 내역·전용면적·동·호수 등 집 자체의 정보가 적힌다.
볼 것 계약서에 쓴 주소·동·호수·면적과 등기부의 표제부가 글자 그대로 같은지 맞춘다.
적히는 것 소유권에 관한 사항 — 현재 소유자, 소유권 이전 내역, 가압류·가처분·경매개시 같은 분쟁 표시.
볼 것 계약 상대가 등기부상 소유자 본인과 같은지, 소유권을 위협하는 표시는 없는지 본다.
적히는 것 소유권 외 권리 — 근저당권(담보 대출), 전세권 등 이 집을 담보로 잡은 권리가 적힌다.
볼 것 내 보증금보다 앞서는 빚(선순위 근저당권 등)이 얼마나 잡혀 있는지 확인한다.
아래에서 실제로 사고가 갈리는 두 칸, 갑구와 을구를 좀 더 자세히 봅니다. 표제부는 계약서와 ‘글자 그대로 같은지’만 맞추면 대체로 충분합니다(표제부에 적힌 전용면적이 몇 평인지 환산하는 법은 세종 아파트 면적·평형 읽는 법에서 따로 짚었습니다).
갑구 — 진짜 집주인인지, 분쟁은 없는지
갑구는 ‘이 집이 누구 것인가’를 적는 칸입니다. 가장 먼저 볼 것은 현재 소유자 이름이 계약하려는 사람과 같은가입니다. 다르다면 그 사람이 대리인인지, 위임장과 인감증명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보증금을 보내는 계좌도 등기부상 소유자 본인 명의가 맞는지 맞춰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또 하나, 갑구에 가압류 · 가처분 · 경매개시결정 같은 표시가 있으면 소유권 자체에 분쟁이 걸려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집은 권리관계가 불안정하므로 계약을 신중히 재검토해야 합니다. 갑구가 깨끗하다는 것은 ‘파는(또는 빌려주는) 사람이 이 집을 온전히 가지고 있다’는 기본 전제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을구 — 내 보증금 앞에 빚이 있는가
전세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칸이 을구입니다. 을구에는 이 집을 담보로 잡은 권리, 특히 근저당권(집을 담보로 받은 대출)이 적힙니다. 근저당권이 있다는 것은 내 보증금보다 앞서는 빚이 이 집에 걸려 있을 수 있다는 신호입니다. 근저당권 한 줄은 아래처럼 읽습니다.
- 순위번호
- 1
- 숫자가 작을수록 앞선 권리
- 등기목적
- 근저당권설정
- 채권최고액
- 금 360,000,000원
- 실제 빚이 아니라 '한도'
- 근저당권자
- ○○은행
- 돈을 빌려준 곳
여기서 자주 하는 오해가 ‘채권최고액 = 실제 빚’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채권최고액은 은행이 잡아 둔 한도일 뿐이고, 실제 대출 원금은 보통 그보다 적습니다(원금의 110~120%로 설정하는 것이 관행). 그래서 채권최고액을 그대로 빚으로 읽으면 위험을 과대평가할 수 있지만, 반대로 안전 판단을 할 때는 보수적으로 채권최고액 기준으로 따져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근저당권 말고도 을구에 전세권 등기, 다른 임차인의 권리 표시가 보일 수 있습니다. 익숙지 않은 등기가 보이면 그 의미를 공인중개사나 전문가에게 확인한 뒤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선순위가 있을 때, 보증금이 안전한지 가늠하기
을구에 선순위 근저당권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집값에서 그 빚을 빼고도 내 보증금이 들어갈 여력이 남는가입니다. 거칠게라도 숫자로 가늠해 보면 위험의 크기가 보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평형 매매 실거래가가 5억 원 안팎인 집에, 채권최고액 3억 6,000만 원짜리 근저당권이 선순위로 잡혀 있다고 합시다. 최악의 경우 집값에서 선순위 채권이 먼저 빠진다고 보면, 남는 여력은 대략 5억 − 3억 6,000만 = 1억 4,000만 원입니다. 만약 내 전세 보증금이 3억 원이라면, 남는 1억 4,000만 원으로는 보증금을 온전히 회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반대로 선순위 빚이 거의 없다면 같은 보증금이라도 한결 안전합니다.
이 가늠은 어디까지나 위험의 ‘방향’을 잡기 위한 것입니다. 실제로 보증금이 어떤 법적 효력으로, 어떤 순서로 지켜지는지(대항력 · 우선변제권의 작동 원리)는 그 자체로 한 편 분량이라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고 별도의 전세 안전장치 가이드로 미룹니다. 다만 등기부를 읽는 단계에서는 ‘집값 − 선순위 채권 = 남는 여력’이라는 간단한 계산만으로도 위험 신호를 충분히 가려낼 수 있습니다. 시세를 정확히 잡고 싶다면 국토부 실거래가 조회·활용법과 함께 보세요. 그리고 이 등기부 확인이 전세 계약 점검의 어디쯤에 오는지는 전세 계약 전 체크리스트에서 전체 순서로 짚어 두었습니다.
세종에서 등기부를 볼 때
세종 신도심 아파트의 등기부를 떼면 표제부의 주소가 법정동(예: 고운동·아름동)으로 적혀 있습니다. 같은 단지를 부르는 마을 이름과 법정동이 헷갈린다면 세종 법정동·마을 이름 매핑을 참고하면 등기부 주소와 단지명을 맞추기 쉽습니다. 또 세종은 같은 동네라도 단지·평형별로 시세가 제법 달라, 선순위 여력을 가늠할 때 쓰는 ‘시세’를 같은 단지·같은 평형의 최근 실거래로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록·노랑·빨강 — 등기부 판독 신호등
길게 짚었지만, 등기부를 보다 마주치는 것들은 결국 세 가지 신호로 정리됩니다. 빨강이 하나라도 보이면 멈추고 다시 확인하세요.
- 갑구 소유자 이름이 계약 상대와 일치한다.
- 을구에 근저당권 등 선순위 빚이 없거나 매우 적다.
- 표제부 주소·동·호수·면적이 계약서와 똑같다.
- 선순위 근저당권이 있지만, 집값에서 빼도 보증금 여력이 충분하다.
- 최근 소유권이 바뀌었거나 신탁·전세권 등 익숙지 않은 등기가 보인다.
- 대리인이 계약에 나왔다(위임장·인감 확인 필요).
- 선순위 근저당 채권최고액이 커서 보증금이 들어갈 여력이 부족하다.
- 갑구에 가압류·가처분·경매개시 같은 분쟁 표시가 있다.
- 소유자와 계약 상대가 다른데 위임 근거가 불분명하다.
본 글은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읽는 일반 정보이며, 특정 단지·시점의 계약을 권유하지 않습니다(2026년 6월 기준). 본문의 수치(채권최고액 3억 6,000만 원, 채권최고액=원금×110~120%, 시세 5억 원, 남는 여력 1억 4,000만 원 등)는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이며, 실제 등기 내용과 안전 여부는 집·상황마다 다릅니다. 등기·근저당·우선변제 관련 제도와 절차는 법·정책에 따라 바뀔 수 있으므로, 실제 계약 시점에는 등기부 원본을 직접 확인하고 공인중개사·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함께 받으시기 바랍니다.
참고 자료 ·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등기사항전부증명서 열람·발급) ·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선순위 여력 계산용 시세) ·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