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넓힐 거면 큰 걸로 한 번에 가세요. 큰 평수가 평당은 더 쌉니다.” 집을 알아보다 보면 한 번쯤 듣는 말입니다.
그럴듯합니다. 큰 집은 총액 부담이 커서 살 수 있는 사람이 줄고, 수요가 얇으면 단위 면적당 가격에 할인이 붙는다 — 여러 지역에서 실제로 관찰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저도 세종은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최근 1년 실거래를 평형별로 갈라 ㎡당 단가를 재 보면, 정말 큰 평형일수록 평당이 싸질까요.
결론부터 적으면, 세종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틀렸다’고만 말하고 끝내면 절반만 맞습니다. 같은 문장이 어떤 자리에서는 참이고 어떤 자리에서는 거짓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갈림을 아래에 펼쳐 두겠습니다.
무엇으로 쟀나 — 가격 나누기 면적
㎡당 단가는 계산이 단순합니다. 거래 가격을 전용면적으로 나누면 됩니다. 이 글에서는 최근 1년(2025년 7월 15일~2026년 7월 15일) 세종 신도심 매매를 썼습니다. 가격을 다루므로 시세와 동떨어지기 쉬운 직거래는 뺐고, 남은 3,908건이 기준입니다(최근 1년 매매는 전 유형 4,130건, 직거래가 222건입니다).
여기에 방법 하나를 정해 둬야 합니다. 실거래의 전용면적은 ‘84㎡’처럼 딱 떨어지지 않고 소수점이 붙습니다. 그래서 평형을 묶을 때는 소수점을 버린 정수(84㎡)로 묶되, 나눗셈의 분모는 실제 소수 면적을 그대로 씁니다. 정수로 나누면 분모가 실제보다 작아 단가가 살짝 부풀려지거든요. 84㎡ 무리를 소수 면적으로 나누면 중앙값이 ㎡당 733만원인데, 정수 84로 나누면 738만원이 나옵니다. 5만원 차이지만, 이왕 재는 김에 정확한 쪽을 택했습니다.
세종 전체로 보면 ㎡당 단가의 중앙값은 726만원입니다. 가장 싼 거래는 ㎡당 389만원, 가장 비싼 거래는 1,569만원까지 벌어집니다. 이 넓은 띠를 평형별로 갈라 보겠습니다. 표본이 얇으면 한두 거래에 휘둘리니, 최근 1년에 50건 이상 거래된 평형만 곡선에 올렸습니다.
곡선은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통념이 맞다면 평형이 커질수록 점이 왼쪽(싼 쪽)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세종의 점들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 전용면적 | 거래 | ㎡당 단가 | 총액 중앙 |
|---|---|---|---|
| 59㎡ | 1,275건 | 724만원 | 4.32억 |
| 74㎡ | 146건 | 690만원 | 5.18억 |
| 84㎡ | 1,529건 | 733만원 | 6.20억 |
| 98㎡ | 92건 | 780만원 | 7.70억 |
| 99㎡ | 123건 | 875만원 | 8.75억 |
| 100㎡ | 63건 | 644만원 | 6.48억 |
| 101㎡ | 88건 | 718만원 | 7.30억 |
가장 흔한 두 평형부터 봅니다. 59㎡는 ㎡당 724만원, 84㎡는 733만원입니다. 84가 오히려 9만원 비쌉니다. 사실상 같다고 봐도 되는 차이지만, 적어도 ‘커질수록 싸다’는 아닙니다. 그 위는 더 어긋납니다. 98㎡ 780만원, 99㎡ 875만원으로 뛰어오릅니다. 곡선이 아니라 오르막에 가깝습니다.
99㎡와 100㎡가 231만원 차이 나는 이유
그런데 이 오르막을 자세히 보면 이상한 데가 있습니다. 99㎡는 ㎡당 875만원인데 100㎡는 644만원입니다. 딱 1㎡ 차이인데 231만원이 벌어집니다. 크기가 커져서 생긴 차이일 리 없습니다. 1㎡가 그런 힘을 가질 수는 없으니까요.
답은 ‘어느 단지가 그 평형을 지었나’에 있습니다. 100㎡ 거래 63건 중 28건(44%)이 고운동 가락마을 18단지 한 곳에서 나왔습니다. 고운동은 세종 신도심에서 84㎡ 값이 가장 낮은 동네입니다. 그러니 100㎡ 단가는 ‘100㎡라서’가 아니라 ‘고운동이라서’ 낮게 찍힌 겁니다. 반대로 99㎡는 14개 단지에 흩어져 있어 특정 동네에 눌리지 않았습니다.
큰 평형일수록 이 함정이 깊어집니다. 세종에서 큰 평형은 대개 특정 단지에만 있기 때문입니다.
| 전용면적 | 거래 | 거래가 나온 단지 |
|---|---|---|
| 140㎡ | 9건 | 한뜰마을 6단지 한 곳 |
| 115㎡ | 12건 | 한뜰마을 4단지 한 곳 |
| 103㎡ | 11건 | 가락마을 12단지 한 곳 |
| 55㎡ | 44건 | 새나루마을 10단지 한 곳 |
140㎡ 거래 9건은 전부 한뜰마을 6단지에서, 115㎡ 12건은 전부 한뜰마을 4단지에서 나왔습니다. 이런 평형의 ‘단가’는 세종 대형 아파트의 시세가 아니라 그 단지 한 곳의 시세입니다. 반면 주력인 59㎡는 61개 단지, 84㎡는 115개 단지에 넓게 퍼져 있어, 이 둘의 단가만 세종 전체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평형 라벨은 크기의 축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어느 단지에 있느냐’의 축에 가깝습니다.
같은 단지 안에서 다시 재면
그렇다면 단지를 고정하면 어떻게 될까요. 같은 단지 안에 59㎡와 84㎡가 둘 다 있고, 두 평형 모두 최근 1년에 5건 이상 거래된 곳이 35곳 있었습니다. 같은 단지니 입지·연식·브랜드가 같습니다. 여기서 두 평형의 ㎡당 단가를 나란히 재면 순수하게 ‘크기’ 효과만 남습니다.
점선 = 중앙값(84가 1.7% 쌈)
이번에는 통념이 살아납니다. 다만 아주 약하게입니다. 35곳 중 84가 59보다 평당 비싼 곳은 15곳, 더 싼 곳은 20곳이었고, 중앙값은 84가 59보다 1.7% 싼 정도입니다. ‘큰 게 평당 싸다’는 같은 단지 안에서, 그것도 절반을 조금 넘는 곳에서만, 미세하게 성립했습니다.
게다가 방향이 단지마다 뒤집힙니다. 해밀마을 1단지에서는 84가 오히려 8.7% 비싸고, 첫마을 4단지에서는 84가 14.2% 쌉니다. 같은 세종, 같은 두 평형인데 어느 단지냐에 따라 싼 쪽과 비싼 쪽이 뒤바뀝니다.
| 단지 | 59㎡ | 84㎡ | 84가 59 대비 |
|---|---|---|---|
| 해밀마을 1단지해밀동 | 791만원 | 860만원 | +8.7% |
| 가온마을 4단지다정동 | 867만원 | 900만원 | +3.8% |
| 새샘마을 2단지소담동 | 727만원 | 730만원 | +0.5% |
| 가재마을 5단지종촌동 | 709만원 | 653만원 | -7.9% |
| 첫마을 4단지한솔동 | 617만원 | 530만원 | -14.2% |
㎡당 단가는 만원/㎡ 단위입니다. 오른쪽 칸은 84㎡가 59㎡보다 평당 몇 % 비싼지이고, 음수는 더 싸다는 뜻입니다.
우리 화면은 ㎡가 아니라 평으로 잽니다
이 글을 쓰면서 한 가지 고백을 해 둡니다. 정작 우리 서비스는 화면에서 ㎡당 단가를 쓰지 않습니다. 마을·단지 랭킹에서 값을 비교할 때는 평당가(만원/평)를 씁니다. ㎡당과 평당은 3.3058배 차이일 뿐 방향은 같아서, 어느 쪽으로 재도 순위는 바뀌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건 그 코드가 3.3058이 아니라 간이 상수 3.3으로 나눈다는 점입니다. 면적·평형 편에서 우리가 정확히 밝힌 값은 1평 = 3.3058㎡인데, 화면 랭킹은 반올림한 3.3을 씁니다. 순위에는 영향이 없지만, 이 글에서 굳이 ㎡당으로 되돌아간 건 그 반올림조차 끼우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실거래가 애초에 전용면적(㎡)으로 들어오니, 나눗셈을 ㎡에서 끝내는 게 가장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평형 라벨을 ‘84㎡’처럼 정수로 붙이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우리 데이터에는 평형을 이름 붙이는 별도 칸이 없어서, 소수점을 버린 정수로 라벨을 만들어 같은 평형끼리 묶습니다. 다만 값을 나눌 때만은 정수가 아니라 실제 면적을 씁니다. 묶는 것과 나누는 것을 분리한 셈입니다.
둘 다 참인 두 문장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세종에서 큰 집은 평당 더 쌀까요, 더 비쌀까요. 데이터는 두 개의 상반된 문장을 모두 참이라고 말합니다. 어느 창에서 보느냐만 다릅니다.
참 ①
세종에서 큰 집이 평당 더 비싸다.
평형 라벨을 나란히 놓고 보면 그렇습니다. 99㎡가 ㎡당 875만원, 59㎡가 724만원입니다. 큰 평형이 값비싼 단지에 몰려 있어, 평형끼리 비교하면 큰 쪽이 비싸 보입니다.
참 ②
세종에서 큰 집이 평당 더 싸다.
같은 단지 안에서 재면 그렇습니다. 35개 단지의 중앙값은 84가 59보다 1.7% 쌉니다. 입지를 고정하면 통념이 살아나되, 아주 얕고 절반을 조금 넘는 곳에서만입니다.
그러니 처음의 조언은 틀린 게 아니라 창을 빼놓은 것이었습니다. ‘큰 게 평당 싸다’는 같은 단지 안에서만 대체로 맞고, 서로 다른 단지의 서로 다른 평형을 비교하는 순간 무너집니다. 세종에서 ㎡당 단가를 가른 것은 평형의 크기가 아니라 그 평형이 어느 단지에 있느냐였습니다. 이 글은 지나간 1년의 기록일 뿐, 어떤 평형이 유리하다는 조언도, 앞으로의 가격에 대한 예측도 아닙니다.
평형을 평으로 환산하는 법은 면적·평형 편에, 같은 84㎡라도 동네마다 값이 얼마나 갈리는지는 16개 법정동 프로필에 적어 두었습니다. 평형별 실거래를 직접 보고 싶다면 실거래 피드에서 같은 전용면적끼리 묶어 보실 수 있습니다.
집계 조건 —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데이터를 SJ Plus가 수집·집계(기준 2026년 7월). 기본 모수 = 최근 1년(2025년 7월 15일~2026년 7월 15일) 세종 신도심 아파트 매매 중 직거래를 뺀 3,908건. ㎡당 단가 = 거래 가격 ÷ 실제 전용면적(소수점 포함)의 중앙값이며, 평형 그룹은 전용면적의 소수점을 버린 정수로 묶었습니다. 평형별 곡선과 단지별 비교는 표본 편차를 줄이기 위해 각 50건(평형)·5건(단지·평형) 이상만 실었습니다. 신고 기한과 해제 거래 때문에 최근 구간의 수치는 이후 갱신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특정 평형·단지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지 않으며, 장래 가격을 예측하지 않습니다. 원본 확인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시장 통계는 한국부동산원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