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별로 거래를 보여 주는 화면을 만들어 배포한 날, 마을 상세 페이지가 전부 404를 뱉었습니다. 제 컴퓨터에서는 멀쩡하던 화면이었습니다. 원인을 찾는 데 한참 걸렸습니다. 주소에 든 한글 동 이름이 서버까지 오는 동안 알아볼 수 없는 문자열로 바뀌어 있었고, ‘다정동’을 찾는 조회가 0행을 반환하고 있었습니다. 주소를 되돌려 읽는 한 줄을 앞에 세우고서야 화면이 살아났습니다.
그렇게 16개 동의 숫자를 처음으로 나란히 놓고 봤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알았습니다. 이 동네들은 서로 딴판이었습니다.
세종 신도심 전용 84㎡의 매매 중앙값은 우리 데이터로 6억 2,300만원입니다. 그런데 이 값 하나로 갈음할 수 있는 동네는 세종에 없습니다. 같은 84㎡ 중앙값이 나성동에서는 9억 4,500만원, 고운동에서는 4억 6,000만원이기 때문입니다. 세종은 한 도시지만 16개 법정동은 서로 다른 시기에 다른 성격으로 지어졌습니다. 최근 1년 매매 3,912건을 동별로 갈라 세 가지만 재 봤습니다. 얼마나 자주 거래되는가, 어떤 평형이 주력인가, 84㎡는 얼마인가. 동 이름과 마을 이름의 짝은 법정동·마을 이름 완전 정리에 있으니, 이 글은 그 이름표에 숫자만 붙입니다.
거래가 가장 많은 동이 가장 비싼 동은 아니다
먼저 거래가 어디서 일어나는지부터 봅니다. 고운동이 469건으로 가장 많고 어진동이 83건으로 가장 적습니다. 5.65배 차이입니다.
원 넓이 = 최근 1년 매매 중개거래 건수 (16개 법정동 · 합 3,912건)
원의 크기는 거래가 얼마나 자주 일어났는지만 나타낸다. 큰 원이 좋은 동네라는 뜻이 아니고, 값이 비싼 동네라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실제로 가장 큰 원(고운동)이 전용 84㎡ 값은 16개 동 중 가장 낮다.
여기에 84㎡ 값을 겹치면 그림이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거래가 가장 많은 고운동은 84㎡ 값이 16개 동 중 가장 낮습니다. 반대로 값이 가장 높은 나성동은 거래량 12위, 두 번째로 높은 어진동은 16위 — 즉 거래가 가장 드문 동입니다. 16개 동의 거래량 순위와 84㎡ 값 순위를 맞대 보면 순위상관계수가 −0.44로,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살짝 기웁니다.
이유를 데이터가 말해 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함께 읽히는 사실은 있습니다. 나성동에서 최근 1년 매매가 일어난 단지는 6곳, 어진동은 3곳뿐인 반면 고운동은 22곳입니다. 팔 수 있는 집이 많은 동에서 거래가 많이 일어났다는 것 이상을 이 숫자로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59㎡의 동네와 84㎡의 동네
두 번째 축은 주력 평형입니다. 그 동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전용면적 하나만 꼽으면, 59㎡가 주력인 동이 7곳, 84㎡가 주력인 동이 9곳으로 갈립니다. 세종 전체로 보면 이 두 평형이 매매의 71.6%를 차지하는데, 그 안에서 동마다 무게중심이 다릅니다.
쏠림의 정도도 제각각입니다. 아름동은 거래의 67.8%가 84㎡ 한 평형에 몰려 있고, 산울동은 62.6%가 59㎡입니다. 반면 고운동에서는 전용면적이 18종이나 거래됐습니다(해밀동과 산울동은 5종). 같은 ‘세종 아파트’라도 어떤 동은 한 평형이 동네를 대표하고, 어떤 동은 대표 평형이라 부를 것이 없습니다.
더 극단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나성동과 어진동에서는 최근 1년간 59㎡ 매매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표본이 적어서 뺀 것이 아니라 아예 0건입니다. 두 동을 찾는 사람에게 59㎡라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84㎡는 사정이 달라서, 16개 동 모두 27건 이상 거래됐습니다(가장 적은 산울동이 27건). 그래서 이 글의 가격 축에서는 표본 부족으로 뺀 동이 한 곳도 없습니다.
16번째 동은 우리 지도에 없었다
이 집계를 돌리면서 저는 우리 코드의 오래된 구멍을 하나 봤습니다. 국토부 실거래 원자료에는 단지를 가리키는 고유 식별자가 없습니다. 그래서 수집기는 법정동 이름을 받아 마을 이름을 찾아 주는 표를 하나 들고 있는데(고운동→가락마을, 나성동→나릿재마을 식), 그 표에 적힌 동이 15개뿐입니다. 산울동이 없습니다. 산울동 단지들은 2023년 말부터 준공된 막내 동네라, 표를 처음 적을 때 존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산울동 거래 115건이 멀쩡히 집계됩니다. 표에서 못 찾으면 단지 이름 자체에서 ‘○○마을’을 뽑아내는 폴백이 걸려 있어서, ‘산울마을 5단지’라는 이름이 스스로 마을 이름을 알려 준 덕입니다. 1편에 올려 둔 매핑표가 15개 동인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우리가 손으로 적은 지도를 그대로 옮겼으니까요.
동을 세는 일이 이렇게 번거로운 건, 거래 테이블에 법정동 칸이 아예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저장하는 거래 한 줄에는 계약일·금액·면적·층·단지명이 있을 뿐 동 이름이 없습니다. 동은 오직 단지를 통해서만 붙습니다. 그러니 단지 이름을 제대로 정규화하지 못하면 그 거래는 어느 동에도 속하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다행히 이 기간 매매 4,133건은 한 건도 빠짐없이 단지가 붙었고, 거기서 직거래를 뺀 3,912건이 이 글이 센 거래입니다.
도입에 적은 404 사고도 결국 같은 뿌리였습니다. 동은 우리가 붙이는 이름이라, 이름을 다루는 모든 길목이 사고 지점이 됩니다. 그 길목들을 하나씩 막고 나서 나온 것이 마을별 거래 밀도 랭킹이고, 이 글은 그 화면 뒤에 깔린 숫자를 꺼내 놓은 것입니다.
얼굴이 다른 것과 우열이 있는 것
여기까지가 세 축으로 그린 16개의 얼굴입니다. 거래가 잦은 동과 드문 동, 59㎡의 동네와 84㎡의 동네, 4억원대의 동과 9억원대의 동. 이 차이는 우열이 아닙니다. 고운동이 싸서 못한 동네인 것도, 나성동이 비싸서 좋은 동네인 것도 아닙니다. 준공 시기가 10년 이상 벌어져 있고, 지어질 때 계획된 평형 구성이 다르고, 단지 수가 다릅니다. 값은 그 조건들의 결과로 찍힌 기록이지 점수가 아닙니다.
같은 이유로, 이 글은 어느 동이 유망한지 말하지 않습니다. 신도심과 구도심을 가르는 감각의 문제는 세종 신도심과 구도심에, 생활권 구조는 세종 생활권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세 축은 얼굴을 그리기엔 적은 수입니다. 일부러 그렇게 골랐습니다. 잴 수 있는 축을 전부 늘어놓으면 표가 아니라 데이터 덤프가 되고, 그건 우리가 가장 피하려는 화면입니다. 대신 대지 못한 축이 무엇인지는 밝혀 둡니다.
전세가율은 이 글에서 아예 재지 않았습니다. 그 축 하나만으로 글 한 편이 필요했고, 이미 세종 전세가율 실측 지도에서 동·단지별로 갈라 놓았습니다(같은 84㎡인데 동별로 37.0%에서 48.9%까지 벌어집니다). 전세와 갭의 깊이는 전부 그쪽 몫입니다. 층도 아직 안 댔습니다. 같은 동, 같은 단지, 같은 84㎡라도 몇 층이냐에 따라 값이 갈리는데, 이 글의 중앙값은 그걸 전부 뭉개 놓은 값입니다.
그래서 다음에 잴 축은 층입니다. 세종에서 ‘로열층’이라는 말이 실제로 얼마짜리인지, 저층 할인이 단지마다 얼마나 다른지를 같은 방식으로 재 볼 생각입니다. 오늘 그린 16개의 얼굴은 그때 한 겹 더 또렷해질 겁니다.
집계 조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데이터를 SJ Plus가 수집·집계(기준 2026년 7월). 세종 신도심 16개 법정동 아파트 기준이며, 본문의 모든 건수·중앙값·평형 비중은 2025년 7월 10일~2026년 7월 10일에 계약된 매매 4,133건 가운데 직거래 221건을 제외한 중개거래 3,912건에서 구했습니다(이 기간의 거래에는 중개·직거래 표기가 모두 남아 있습니다). 직거래 제외의 영향은 동마다 달라, 한솔동은 전체 239건 중 46건이 직거래였습니다. 전용면적은 소수점을 내려 묶었고(84.97㎡ → 84㎡), 대푯값은 모두 중앙값입니다. ‘주력 평형’은 그 동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전용면적, ‘단지 N곳’은 이 기간에 매매가 한 건이라도 있었던 단지 수(16개 동 합계 143곳)이며, 우리가 등록해 둔 준공 단지는 157곳입니다 — 두 숫자는 다른 기준이니 섞어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순위상관계수는 16개 동의 거래량 순위와 84㎡ 중앙값 순위로 계산한 스피어만 값이며, 인과관계를 뜻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이미 체결된 거래의 기록일 뿐 앞으로의 가격을 전망하지 않고, 특정 지역을 권유하거나 우열을 판정하지 않습니다. 원자료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한국부동산원에서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