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다정동 가온마을 4단지, 전용 84㎡. 최근 1년 사이 이 단지에서 이런 월세 계약이 있었습니다.
A. 보증금 1,000만원 + 월세 125만원
B. 보증금 3억원 + 월세 6만원
두 계약은 얼마나 다른 계약일까요? 보증금은 30배, 월세는 20배 차이가 납니다. 전혀 다른 계약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두 계약이 쓴 교환비는 각각 연 4.92%와 4.80%입니다. 사실상 같은 자로 잰 계약입니다. 최근 1년 세종에서 오간 월세 4,235건을 이 자에 올려 봤습니다.
먼저, 제가 틀렸던 이야기부터
이 글을 준비하며 처음 돌린 식은 이랬습니다. 월세에 12를 곱해 1년치로 만들고, 그걸 보증금으로 나눈다. 나온 중앙값이 36.0%였습니다.
저는 그 숫자를 한동안 들여다봤습니다. 세종의 임대차 시장이 정말 연 36%짜리 교환비로 돌아가고 있다면, 그건 굉장한 이야기니까요. 다행히 글을 쓰기 전에 멈췄습니다. 틀린 건 시장이 아니라 제 분모였습니다.
전환율의 분모는 보증금이 아니라 월세로 돌린 목돈입니다. 전세로 살았다면 맡겼을 보증금에서, 월세 계약에 실제로 맡긴 보증금을 뺀 차액. 그 차액을 매달 돈으로 치르는 비율이 전환율입니다.
전환율 = (월세 × 12) ÷ (전세보증금 − 월세보증금)
분모를 제자리에 돌려놓자 중앙값이 5.00%로 내려왔습니다. 계산 구조와 법정 상한이 무엇이고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전월세전환율 — 전세를 월세로 바꾸면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 글은 세종에서 실제로 몇 %였는지만 다룹니다.
세종의 교환비는 연 5.00%였다
분모에 넣을 전세보증금이 필요합니다. 계약자마다 ‘전세였다면 얼마’를 알 길이 없으니, 같은 단지·같은 평형의 전세 중앙값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최근 1년 세종 신도심 전세 8,867건을 단지×평형으로 묶으면 385개 그룹이 나오고, 그중 전세가 5건 이상이라 기준값을 믿을 만한 그룹이 307개입니다.
같은 기간 월세는 4,235건입니다. 이 가운데 681건은 해당 단지·평형에 전세 표본이 5건이 안 돼 기준값을 세울 수 없었고, 10건은 월세보증금이 그 평형의 전세 중앙값보다 커서 분모가 0 이하가 됐습니다. 이 691건을 빼고 남은 3,544건(83.7%)으로 전환율을 구했습니다.
중앙값 연 5.00%. 1사분위 4.43%, 3사분위 5.45%. 전체의 62.0%가 4.5~6% 사이에 들어옵니다. 보증금이 0원부터 5억원까지, 월세가 1만원부터 240만원까지 흩어져 있는 이 3,544건의 계약이 하나의 좁은 띠로 모입니다.
목돈이 커져도 교환비는 그대로였다
저는 보증금이 클수록 전환율이 낮아질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큰 목돈을 맡긴 세입자가 더 좋은 조건을 받는 게 자연스러우니까요. 보증금 구간으로 갈라 봤습니다.
| 보증금 구간 | 건수 | 월세 | 전환율 |
|---|---|---|---|
| 1,000만원 미만 | 49 | 80만원 | 4.38% |
| 1,000만~3,000만원 | 1,418 | 85만원 | 5.04% |
| 3,000만~5,000만원 | 1,019 | 100만원 | 5.09% |
| 5,000만~1억원 | 560 | 85만원 | 4.93% |
| 1억~2억원 | 411 | 49만원 | 4.56% |
| 2억원 이상 | 87 | 30만원 | 5.82% |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보증금이 커지는 동안 월세 중앙값은 100만원까지 올랐다가 30만원으로 꺾입니다. 그런데 전환율은 4.38%와 5.82% 사이를 오갈 뿐 방향을 만들지 않습니다. 가장 두꺼운 네 구간(1,000만원부터 2억원까지, 3,408건)만 보면 5.04 · 5.09 · 4.93 · 4.56%로 거의 붙어 있습니다. 목돈의 크기가 교환비를 거의 바꾸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도입에 적은 두 계약이 그 증거입니다. 가온마을 4단지 84㎡의 전세 중앙값은 3억 1,500만원입니다(전세 68건 기준). 보증금 1,000만원짜리 계약은 3억 500만원어치의 목돈을 월세로 돌린 셈이라 매달 125만원, 보증금 3억원짜리 계약은 1,500만원어치만 돌린 셈이라 매달 6만원. 규모는 20배 다르지만 교환비는 4.92%와 4.80%로 만납니다. 이 단지에서만 최근 1년 월세 29건이 보증금 1,000만원부터 3억원까지 흩어져 있는데, 그중 22건이 연 4~5%대에 있습니다.
가장 자주 나온 조합도 재 봤습니다. 84㎡는 보증금 3,000만원 + 월세 100만원이 118건으로 가장 많았고, 59㎡는 보증금 2,000만원 + 월세 80만원이 156건이었습니다. 이 118건의 전환율 중앙값은 5.22%, 156건은 4.80%입니다. 여기서도 같은 자입니다. 다만 똑같은 조합이라도 단지마다 전세 시세가 달라서, 84㎡ 118건의 전환율은 4.14%부터 7.06%까지 벌어집니다. 교환비가 하나로 모인다는 말은 모든 계약이 같다는 뜻이 아닙니다.
자가 흔들리는 곳이 한 군데 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월세보증금이 그 평형 전세 중앙값의 몇 %인지로 다시 갈라 보면, 세종 월세의 보증금은 전세의 12.0%가 중앙값입니다. 3분의 1이 넘는 계약(36.2%)이 전세의 10%도 안 되는 보증금만 맡깁니다.
그런데 보증금이 전세의 60%를 넘어가는 계약 284건에서는 전환율 중앙값이 3.34%로 내려앉습니다. 5.00%라는 시장 전체의 교환비보다 훨씬 낮습니다. 이 구간의 월세 중앙값은 10만원입니다. 전세에 가까운 계약에서 붙는 몇 만원짜리 월세가 목돈에 비해 작다는 뜻인데, 왜 그런지는 우리 데이터로 알 수 없습니다. 계약의 사정은 실거래 자료에 적히지 않습니다.
우리 데이터가 말할 수 없는 것
여기서 멈춰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5.00%라는 값을 법정 상한 옆에 나란히 놓고 싶은 유혹이 생기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법이 정한 전환율 상한은 이미 있는 전세 계약을 월세로 바꿀 때 걸리는 잣대입니다. 처음부터 월세로 맺은 신규 계약에 그대로 적용되는 값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 데이터에는 그 둘을 가르는 표시가 없습니다. 국토부 실거래 자료에는 계약일·보증금·월세·면적·층이 있을 뿐, 이 계약이 신규인지 갱신 전환인지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글의 5.00%는 두 종류의 계약이 섞인 값이고, 그 값으로 상한 위반 여부를 판정할 수는 없습니다. 상한이 무엇이고 언제 걸리는지는 전월세전환율 편에 맡깁니다.
기준값의 한계도 있습니다. 우리가 분모에 넣은 전세보증금은 그 단지·평형의 전세 중앙값이지, 그 세입자가 실제로 저울에 올렸을 전세 조건이 아닙니다. 같은 84㎡라도 층과 향과 동에 따라 전세가는 갈립니다. 전세 표본이 5건에 못 미쳐 통째로 빠진 681건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직거래도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매매를 다룰 때 우리는 늘 직거래를 덜어냅니다. 세종 전세가율을 실측할 때도 매매 쪽 직거래를 빼고 계산했습니다. 그런데 임대차에는 거래 유형을 적는 칸 자체가 비어 있습니다. 우리가 쌓아 둔 전세 114,200건과 월세 34,568건, 한 건도 빠짐없이 전부 빈칸입니다. 매매는 2021년 11월 계약분부터 중개거래인지 직거래인지가 표기되는데, 임대차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걸러낼 표시가 없으니 걸러낼 수가 없습니다. 이 글의 3,544건에 직거래가 몇 건 섞여 있는지 저는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월세를 계산에 넣지 않습니다
월세는 매매와 다른 파이프라인으로 들어옵니다. 매매를 받아 오는 수집기와 별개로 임대차 수집기가 하나 더 돌고, 국토부가 한 창구로 내려 주는 전월세 자료를 월세액이 0원이면 전세, 1원이라도 있으면 월세로 우리가 갈라 저장합니다. 전세와 월세라는 이름표는 원자료에 붙어 있는 게 아니라 그 한 줄의 코드가 붙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쌓아 둔 월세 34,568건을 갭 계산기는 한 줄도 쓰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데이터베이스에서 가져오기는 합니다. 그런데 집계 루프가 매매와 전세만 갈라 담고 있어서, 월세 행은 어느 쪽에도 담기지 못하고 조용히 버려집니다. 폭락·폭등 스캐너와 거래량 레이더는 아예 매매만 떠 옵니다.
게으름이 아니라 숫자의 모양 때문입니다. 갭은 매매가에서 전세가를 빼는 한 숫자끼리의 뺄셈입니다. 그런데 월세는 보증금과 월세라는 두 숫자여서, 매매가나 전세가처럼 한 축 위에 세울 수가 없습니다. 전세라는 기준을 대야 비로소 하나의 수로 환원됩니다. 이 글이 한 일이 정확히 그 환원이고, 그 환원에는 이 글이 앞에서 밝힌 만큼의 가정과 제외가 필요했습니다.
그래도 월세는 작은 시장이 아닙니다. 우리가 쌓은 임대차 148,768건 중 월세가 23.2%인데, 최근 1년만 끊어 보면 임대차 13,102건 중 월세가 32.3%입니다. 두 값이 다르다는 것까지가 기록입니다. 앞으로 이 비중이 어디로 갈지는 이 데이터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닙니다.
판정
세종에서 보증금과 월세는 연 5.00%라는 하나의 교환비로 오갑니다. 보증금 1,000만원짜리 계약과 3억원짜리 계약이 같은 자를 쓰고, 84㎡의 가장 흔한 조합(보증금 3,000만원 + 월세 100만원)도 그 자 위에 얹혀 있습니다. 목돈의 크기는 교환비를 거의 바꾸지 못했습니다.
다만 이 5.00%는 시장이 쓴 값이지 법이 정한 값이 아닙니다. 우리 데이터로는 어떤 계약이 갱신 전환이고 어떤 계약이 신규인지 가를 수 없어서, 이 숫자를 법정 상한과 견줘 옳고 그름을 말할 수 없습니다. 그 판단은 이 글의 몫이 아닙니다.
이 글은 월세와 전세 중 무엇이 나은지 고르지 않습니다. 그 선택의 기준은 매매 vs 전세 vs 월세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여기서 드릴 수 있는 것은 하나입니다. 내가 받은 조건이 세종의 자 위에 얹혀 있는지, 그 자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는 이제 직접 계산해 볼 수 있습니다. 전세 시세에서 내 보증금을 빼고, 월세에 12를 곱해 나누면 됩니다.
집계 조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데이터를 SJ Plus가 수집·집계(기준 2026년 7월). 세종 신도심 16개 법정동 아파트 기준이며, 본문의 모든 전환율·건수는 2025년 7월 13일~2026년 7월 10일에 계약된 임대차(전세 8,867건·월세 4,235건)에서 구했습니다. 전환율은 (월세 × 12) ÷ (전세보증금 − 월세보증금)으로 계산했고, 분모의 전세보증금은 같은 단지·같은 전용면적(내림 기준) 전세 거래가 5건 이상인 그룹의 중앙값을 썼습니다. 이 기준을 세울 수 없는 월세 681건과 분모가 0 이하가 되는 10건을 제외한 3,544건이 집계 대상입니다. 대푯값은 모두 중앙값입니다. 임대차 자료에는 중개거래·직거래 구분이 기록되지 않아 거래 유형을 걸러내지 않았고, 신규 계약과 갱신 전환도 구분되지 않습니다. 누적 수치(전세 114,200건·월세 34,568건)는 2011년 이후 전 기간 기준으로, 최근 1년 수치와 다릅니다. 이 글은 이미 체결된 계약의 기록일 뿐 앞으로의 임대료를 전망하지 않으며, 특정 계약 형태를 권유하거나 개별 계약의 적법성을 판정하지 않습니다. 원자료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한국부동산원에서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